전 영혼이 자연과 예술에 투사되어 있는 자는 속세적 가치의 우열을 초극한다. 이 경지는 상대성을 부정하는 절대적인 경지이다. 여기서는 우연이야말로 아무런 관계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필연이다. 시인의 개성이 순연하게 드러나는 상태가 이 작품에서 실현되었다. 구애받지 않는 시상의 흐름과 더불어 음악의 소리인 듯 혹은 물소리나 바람소리인 듯한 음률의 흐름이 좋은 소리의 울림 속에 고산의 예술가적 전 면모가 약여하게 드러났다.
② 자연적 측면
고산이 자연에 들게 된 직접적 동기는 병자호란(1636)에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연에 들고자 하는 마음이 병자호란 이전에 이미 굳어져 있었다. 그는 광해군 때 31세의 포의지사(布衣之士)로서 당시의 정국(政局)을 세도(勢道)하던 이이첨을 극렬히 비판하는 항소를 올렸다가 경원과 기장에 8년간 유배를 당한다. 그러나 다시 정치세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고산에게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하였다. 그 냉혹함은 당쟁의 결과였다. 향리로 돌아온 고산에게는 이미 이때 자연에 들고자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산의 마음을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은 그를 욕하고 비방하는 소리였다. 이런 소리에 몰리고 몰린 고산의 마음은 동서남북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강과 바다, 산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병자호란의 계기가 아니더라도 그는 어차피 자연에 들었을 것 이다. 마음을 자연에 맡겼을 때 자연은 곧 마음이 된다. 그것은 자연을 관념하는 경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