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변을 토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것은 내가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였다는 뜻도 되겠지만 그보다는 나에게도 동물들이 말한 단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인간이면서 인간들을 비판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무언가 모를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듯 하였다. 그만큼 신랄한 비판과 풍자가 뒤얽혀 있는 금수회의록은 약 100년전인 1908년에 당시 안국선이 혼란한 사회와 인간의 부조리한 정세를 안타까워하여 동물들을 의인화해 사람들을 깨우치려 지은 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나`가 꿈속 금수회의소란 곳에서 동물들의 연설을 들으며 시작된 다. 연설을 하는 동물들은 총 여덟마리인데 첫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까마귀이다. 까마귀는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예로 들면서 인간들의 불효를 비판하였다. 두 번째로 나오는 여우는 자신만의 영달을 추구하고 동포를 압박하는 행위와 당시 일본에 의존하려던 정치의식을 비판하였다. 세 번째로는 개구리가 발언하였다. 개구리는 `우물안 개구리`보다 더 의식이 좁고 편협한 인간들, 바깥정세에 어두울뿐더러 모르는 것도 아는척하는 인간들의 허세와 어리석음을 꾸짖었다. 네 번째로 나온 벌은 `구밀복검(口蜜腹劍)`을 예로 들면서 겉과 속이 다르고 서로 미워하며 속이는 인간들을 비판하였다.
그 다음 나온 것은 게다. 게는 비록 자신들은 창자가 없지만 인간들은 온갖 더러운 짓으로 있는 창자도 썩게 만들고 있다며 비판하였고 파리는 인간의 간사함을, 호랑이는 `가정맹어호(苛政而猛於虎)`라 하며 호랑이보다도 더 악랄하고 포악한 정치와 인간들의 무서운 폭력행위를 비판하였다. 마지막으로 원앙은 인간들의 음란함을 꾸짖었다.
이 여덟 동물들에게 고사성어를 지어 준 것은 인간들인데 오히려 우리들이 그 동물들에게 꾸지람을 듣고 그것들보다 못한 행위를 하고 있다니...... 비록 소설이지만 동물들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다는 것…(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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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은 시대 씌여지던 신소설들과는 다르게 `나`라는 1인칭 관찰자의 시점을 통하여 인간 현실을 비판하였고, `나`가 동물들의 회의를 듣고 그 내용을 전한 다는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였다. 그리고 금수회의가 꿈속에서 진행되어 구운몽이 나 옥련몽 같은 환몽소설의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주제 면에서도 주로 권선징악을 다루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현실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삼고 있다는 것도 금수회 의록의 새로운 면이다.
하지만 금수회의록의 형식이 새롭고 다른 신소설과는 다르다는 점이 많은 찬사를 받는 반면 결말부분에서 문제점들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기독교적 회의로서 해결하려는 부분은 많이 부족한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