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인생은 나그네 길에 비유되었다. 인간이란 ꡐ여행하는 자ꡑ(호모 비아토르)이기도 하다. 더욱이 오늘날에 와서 여행은 더 이상 한 해, 한 두 번으로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비즈니스를 위해 혹은 즐거움을 위해 ꡐ여행하는 자ꡑ가 되었다. 좋은 여행은 바로 좋은 삶, 좋은 인생이다.
좋은 여행이란 무엇일까. 여행이란 보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는 만큼 보고, 본 만큼 즐긴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에 관한 역사적 지식이 없이 그 앞에 선 들 무엇을 볼 것인가.
여행이란 바로 역사의 기행이다. ꡐ역사의 아버지ꡑ 헤로도토스 이래 뛰어난 역사가는 또한 여행가였다. ꡐ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ꡑ의 저자 부르크하르트는 스스로를 르네상스와 그리스 문화의 ꡐ치체로네ꡑ(안내인)라 했다. 기번의 ꡐ로마제국 쇠망사ꡑ가 오늘날에도 크게 감명을 주는 것은 그것이 저자의 로마·이탈리아 체험의 결실이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할 것이다.
여행은 또한 많은 경우 미술기행이기도 하다. 대만의 고궁 박물원(故宮博物院)이나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에서 모든 작품 앞에서 기웃거린다면 얼마나 바보스러울까. 우리는 어디에서건 말을 달리면서 꽃을 보는(走馬看花) 식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미술사상 명품으로 이름 높은 몇 점과 그밖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선별하여 감상하면 된다.
이 선별과 감상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여행이란ꡐ만남ꡑ이다. 지중해나 성 마르코 광장과의 만남, 베이징의 유리창가(琉璃廠街)나 천목(天目) 자기, 사르트르 대성당이나 클림트와의 만남. 이 만남을 위해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그 중심에 책이 자리한다.
여행은 나그네길, 모든 것들을 떨쳐버리고 떠난다 하지만 실은 나의 모든 것들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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