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가장 대중적인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는 증거는 유명 영화 자체를 `패러디`하는 영화들의 출현으로 증명된다. <치킨 런>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치킨 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영화들은 스티브 맥퀸이 연속 탈출 실패로 독방에 갇혀 야구공을 벽에 튕겨내는 장면으로 유명한 <대탈주>, 독일군 스파이로 오인받는 고독한 미군 병사로 나오는 윌리엄 홀덴의 명연이 돋보인 <제17포로 수용소>, <인디아나 존스>, <모던 타임즈> 식 슬랩스틱이 가미된 파이 기계 장면, 브루스 윌리스가 다빈치가 디자인했다는 우스꽝스러운 비행기를 타고 날던 <허드슨 호크>, 극 중에서 록키 역의 목소리로 등장했던 멜 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 등이 녹아있거나 명백하게 패러디하고 있다. 그러나 패러디 영화들이 대체로 코믹한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 나가고, 더군다나 애니메이션이란 장르의 특성까지 감안해 본다면 <치킨 런>은 그저 한 번 웃으며 소비해 버리고 말 그런 영화는 아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최대 금기 중 하나는 어린이와 애완 동물이 죽는 장면이 삽입되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쥬라기 공원>에서 애완견 한 마리가 죽는 장면이 나오자 <시네마 천국>에서 신부의 고집으로 그동안 삭제되었던 키스 장면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환호한 관객들처럼 미국 관객들이 환호했겠는가. <치킨 런>에는 실제 목 잘려 죽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저 유쾌하게 한 바탕 즐기는 탈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처리즘(Thatcherism)과 치킨 파이 자동 제조기
이 영화 <치킨 런>의 주제는 각자 생각해볼 일이겠지만 그 주제를 무엇으로 삼건 코믹한 설정이나 대사들이 주제를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는 트위디 농장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진저는 비교적 여유자적한 다른 암탉들과는 달리 끊임없이 탈출방법을 궁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저는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하늘을 날수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농장을 벗어날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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