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처음은 유모를 시켜, 사람 사려는 까닭을 물은즉, 그 사람의 대답이,
`우리는 본디 황성사람으로서, 장사 차 배를 타고 만 리 밖에 다니더니, 배 갈 길에 인당수라 하는 물이 있어, 변화 불측하여 자칫하면 몰사를 당하는데, 15세 처녀를 제수로 제사를 지내면, 수로 만리를 무사히 왕래하고, 장사도 흥왕하옵기로, 생애가 원수로 사람 사러 다니오니, 몸을 팔 처녀 있사오면, 값을 관계치 않고 주겠나이다.`
심청이 그제야 나서며,
`나는 본촌 사람으로, 우리 부친 안맹하여 세상을 분별 못 하기로, 평생에 한이 되어 하느님 전 축수하더니, 몽운사 화주승이 공양미 삼백 석을 불전에 시주하면 눈을 떠서 보리라 하되, 가세가 지빈하여 주선할 길 없삽기로, 내 몸을 방매하여 빌원하기 바라오니, 나를 사감이 어떠오? 내 나이 15세라 그 아니 적당하오?` (후략)
- 전체자료 : 심청전 (작자 미상)
서론 : 읽게된 동기와 문제 제기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논쟁거리가 있다. 지난 토론 시간에 논의되었던 동성애 문제에서부터 안락사 허용 문제, 인간 복제 문제나 사형의 존폐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 순간 순간 `이것은 옳은가? 혹은 저것은 그른가?`라는 판단을 하도록 강요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고전`이 아닐까?
즉, 고전은 `우리에게 교훈을 가져다주는 내용`이라는 선입견을 통해, 교훈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이게 과연 옳은가?` 등의 판단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매우 잘 알려진 고전 `심청전`을 읽고 심청의 행동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심청전에서 필자가 문제 삼고자 하는 부분은 글의 서두에 제시했던 `심청이 아버지인 심봉사를 위해 몸을 파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필자는 `그녀의 행동이 과연 옳았는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 가지 관점을 제시, 그녀의 행동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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