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우찬제씨는 살과 피가 없이 앙상한 뼈대만으로 이뤄졌다고 자신이 생각하게 된 이 사회과학에 곧 질려버렸다. 그래서 그는 `타고난 휴머니스트의 기질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과 피를 찾아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 과정을 마칠 무렵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학부 시절 80년대 학번의 집단적 `과학세례`를 거쳤고, 대학원에 다니면서는 월간 <말>의 기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그가 자신의 전공을 사회과학에서 문학으로 바꾼 데서도 짐작되듯이 지금의 우찬제씨는 마르크시즘을, 또는 넓은 의미의 계몽주의를 하나의 참조항 정도로만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신사를 이끌어온 이데올로기들은 대개가 개인보다 전체를 중시해왔다. 우리 문학이 제대로 된 성장소설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한 것도 개인의 자아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에 대한 탐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식 부분이 강조돼 개인의 무의식 안에 자리잡은 욕망의 문제가 도외시돼왔다. 한 사람의 마음이 가장 밑자리에 숨어 있는 욕망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헤치며 문화론, 사회론을 새롭게 구축해나가는 것은 이 시대의 요구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요사이 그의 문학의 화두는 `욕망`인 것이다.
무크 <비평의 시대> 1집 <문학을 향하여 문학을 넘어서>(1991)에 실리 그의 글 [일그러진 얼굴로 욕망의 숲을 헤매는 공포의 산책]은 그의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삼아 최근 소설들이 보여주는 욕망의 산포도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독특한 비유에 따르면 `일그러지고 깨진 거울 속에서 주체와 세계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문학이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은 거울을 새롭게 복원시켜 완전한 거울로 자아와 세계를 비춰보는 이성주의자·계몽주의자의길, 깨진 거울의 각편으로 그냥 자아와 세계를 비춰보는 극단적 포스트모더니즘의 길, 깨진 거울, 균열된 거울의 틈으로 세계와 자아를 비춰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길의 세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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