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명의 대외관계

에 거주하는 명나라 여진 주민을 끌어 들이려 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또 ‘표전문제’는 조선이 명에 보낸 표전 가운데 명을 능멸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국서 작성자를 잡아보내라고 요구했던 사건이다. 이사건은 명 건국 직후 명 내부에서 살육극을 초래했던 ‘문자옥’과도 일정하게 연관되어있다. 빈농 집안에서 발신하여 홍건적의 지도자가 되고 또 제위에 까지 오른 주원장은 미천했던 과거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인해 자신에게 올리는 글속에 과거 중이었음을 연상케하는 글자가 있으면 그 글자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관인들을 처형하였다. 따라서 ‘표전문제’를 들어 조선을 힐책한 것은 명의 ‘문자옥’이 대외적으로 조선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명의 이같은 압력에 처한 조선은 수차례 사신을 보내어 명의 의혹을 해명하려 노력하였지만 명의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실제 1397년부터 1398년 사이 표전문제를 놓고 펼쳐진 양국 관계는 심각했다. 조선이 보낸 사은사 일행의 입국이 요동에서 저지되었는가 하면, 표전문제로 억류되었던 사신이 처형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또 명은 표전작성에 관여한 조선 신료들을 추가로 압송하라고 강요하는 등 양국관계를 최악의 국면으로 몰아갔다. 이로인해 1397년 정도전 일파를 중심으로 전개된 요동정벌 계획은 명이 단순한 외교적 압박이 아니라, 조선에 대한 침략으로 구체화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1398년 조선에서 ‘왕자의 난’이 일어나 정도전 등이 피살되고, 같은 해 명에서도 주원장이 사망해 양국관계가 얼마간 냉정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조선은 난을 일으킨 이방원등을 중심으로 내정을 수습하였고, 명 역시 1399년 북경에 머물던 연왕이 남경의 건문제에 대해 난을 일으킨 ‘정난의 역’이 일어나 사실상의 내란상태에 돌입하였다.
조선은 이후 ‘정난의 역’이 전개되는 향방을 관망하면서 1401년 건문체측으로부터 그동안 명 태조의 거부 때문에 얻어 내지 못했던 조선국왕의 고명과 인신을 받아내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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