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8세기 조선의 서양인식이 17세기보다 후퇴했을까

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한다. 구라파를 지역의 의미처럼 설명하고 있고, 지중해, 북극해, 대내하, 대서양 등 현재도 사용되는 명칭을 정확히 사용하고 있다. 또, ‘西洋’과 대비되는 ‘東洋’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처럼 동과 서를 상대적으로 보는 관점은 方位의 기준이 가변적임을 인식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함으로써 종래 중국 중심의 中華思想을 극복하게 만드는 중대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서양의 5대주 체제를 받아들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수광은 서양 諸國 중에서도 불랑기(포르투갈)과, 남번국(네덜란드), 영결리국(영국), 대서국(이탈리아) 등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서양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만을 주로 언급하고, 영국을 제외하면 그 위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그는 서양에 대해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부정적 논평을 자제하면서 객관적으로 서양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 조선을 제외한 국가들을 ‘外夷’라는 중국식 표현대신 ‘外國’이라는 훨씬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2)
다소간 혼란한 과도기적 측면이 보이는 이수광의 서양인식을 지나서 1623년 알레니 신부가 증역한 『職方外記』가 1631년 조선에 보급된 이후 이익을 비롯한 실학자들의 서양인식은 점차 체계화 되어 갔다. 이 책과 『지봉유설』을 비교해 보면 먼저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몇몇 나라들의 국명이 달리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양자가 참고한 전거나 傳聞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職方外記』에는 ‘에스파니아’항목에서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병합된 내력을 설명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불랑기’에 대한 『지봉유설』의 인식과 『職方外記』의 인식을 계속 병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職方外記』는 먼저 歐羅巴洲를 總說한 다음 구라파에 속한 여러 나라와 그에 속한 屬國들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이로 보아 『職方外記』가 전체적으로 보다 자세하고 체계적인 서양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여겨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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