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독후감상문] 죄와벌

고 또한 스비드리가이로프와 같은 악마적인 의지력도 없었다. 스비드리가이로프가 자기의 욕망(정욕)을 절대화하고 그 욕망을 추구하다가 결국은 자살하고만 데 반해서, 마르멜라도프는 모든 것을 신(神)의 섭리에 맡기고 조용히 자기의 운명을 기다린다.
마르멜라도프의 음주는 무엇인가 막연한 것에 철저하게 몰두하여 마침내는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마는 러시아적 기질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의 독백, 장광설은 허무맹랑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데가 있다.
쏘냐는 마르멜라도프의 딸로서 이 소설의 여주인공이다. 쏘냐는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서 작자가 이루려다가 이루지 못한, 종교에 의한 구원을 구현시키고자 한 인물인데, 그런 만큼 관념적 색채가 짙다. 「네 손가락은 말갛게 비치는 것 같다」고 하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인상이 쏘냐의 인간상 전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부합된다. 작자는 이 ‘성스러운 창녀 쏘냐’를 통해 ‘고뇌를 통한 정화(淨化)라’는 그의 근본 사상을 표현하고 「오만한 인간들이여, 순종하라!」고 외친다. 이래서 에필로그에서는 시베리아에서의 작자 자신의 사상적 전향을 연상시키듯이 그리스도교적 신앙에 사는 쏘냐의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한 승리가 그려진다.
시베리아 유형이라는 에필로그가 없다면 <죄와 벌>은 단순히 한 편의 어두운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으리라. 그러나 도스또예프스키는 쏘냐라는 여인상을 통해 이 소설을 희망적인 힘찬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쏘냐의 인간상은 작자의 사상적 의도와는 정반대로 ‘인류와의 단절감’에 가슴을 치는 라스꼴리니꼬프가 찾아낸 최후의 인간적 연대(連帶)의 고삐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쏘냐는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자기가 비범한 사람이 되겠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신의 존재를 믿고 신의 구원을 믿으며 오욕의 생활을 극복해 나가려고 한다. 이 소설의 인상으로는 쏘냐를 하나의 광신자라고 해석할 위험성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영혼이며 그 영혼의 아름다움이다. 그녀의 신앙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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