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감상
황석영의 단편 소설 삼포 가는 길은 70년대 초반 감천역을 향하는 시골길을 배경으로 급산업화의 과정으로 정신적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들의 애환과 산업화로 인한 민중들의 궁핍한 삶, 따뜻한 인정과 연대(連帶) 의식을 간결한 문장과 대화로써 효과적으로 나타낸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인 삼포 가는 길에서 삼포란 실존하는 공간이 아닌 가공의 현실로 떠도는 자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자, 산업화로 고장의 성격이 바뀐 농어촌이며, 소설 속 주요 등장인물인 정씨의 안식처이다. 하지면 결국 삼포는 개발 과정을 통해 이제 더 이상 고향의 포근함을 잃고, 삭막한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의 고향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 결국 정씨는 정신적인 안식처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정씨, 노영달, 백화 이렇게 3명이다. 이들은 살펴보면 우선 정씨(氏)는 부랑 노동자로 출옥(出獄)한 후 고향인 삼포(森浦)를 찾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결말부에서 떠돌이 신세가 되는 인물로 생각이 깊고 인정과 의리가 있는 긍정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노영달 역시 부랑 노동자로 착암기 기술자이다. 고향이 없어 떠돌다 한때 술집 작부와 동거 생활을 하기고 한다. 행동과 말은 거칠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백화라는 작부는 창부로 떠돌다 군인 부대가 있는 작은 시골 마을 술집에서 고향을 찾아 도망치는 인물로, 산업화의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소설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는 `영달`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던 공사판의 공사가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도망쳐 나온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정씨를 만나 동행이 된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목공·용접 등의 기술을 배우고 출옥하여 영달이처럼 공사판을 떠돌아다니던 노동자인데, 그는 영달이와는 달리 정착을 위해 고향인 삼포(森浦)로 향하는 길이다.
그들은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백화`라는 색시가 도망을 쳤다…(생략)
|
동일한 악상이 세 가지로 변주된 모습으로 비유할 수 있다.
1970년대 산업화의 과정에서 농민은 뿌리를 잃고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용 노동자로 떠돈다. 이러한 상황의 황폐함과 궁핍함이 `영달`과 `정氏` 같은 부랑 노무자, `백화` 같은 작부의 모습으로 형상화되면서 시대적 전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정氏에게는 이제 그 옛날의 아름다운 삼포(森浦)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육지로 연결된 삼포는, 그가 떠나고자 했던 도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산업화 된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삼포는 그에게 있어 오랜 부랑 생활을 끝내고 안주할 수 있는 곳, 곧 정신의 안주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정氏`에게 있어서 삼포(森浦)의 상실은 곧 정신적 고향의 상실을 의미하며, 그 순간 `정氏`는 `영달`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부랑자가 되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삼포(森浦) 가는 길>은 1970년대 산업화가 초래한 고향 상실의 아픔을 형상화해 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