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씨남정기 다시보기

의 차이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정소설과 가문소설은 작품에 제시된 가족 집단이 당대적 단순가족인가 혹은 누대적 복합가족인가 하는 표면적인 양상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가족 집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건을 통한 작품의 지향이 가정적 차원의 것인가 아니면 가문적 차원의 것인가에 의해 구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창선감의록>과 <사씨남정기>등을 ‘초기가문소설’ 유형으로 규정하고 초기가문소설은 문제의식의 확대와 함께 한편으로는 그 적자인 가문소설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체의 문제의식의 단순한 모방1)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의식의 변질이나 그 서사적 편폭의 축소 혹은 새로운 방향의 문제제기 또는 세태소설적 통속화를 통한 가정소설2)의 전개로 각각 분화?발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가정소설과 가문소설의 관계를 그 발생과 전개라는 소설사적인 구도 속에서 거시적으로 조망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의를 갖는다. <사씨남정기>와 같은 작품을 단순히 가정소설로 파악하지 않고 작품에 드러난 가문의식을 중시하여 가정소설과 구분되는 초기가문소설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사씨남정기>에서 가정소설이 발생하였다는 문제 제기 등은 상당히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사씨남정기>가 작품에 드러난 가문의식을 중시하여 가정소설과 구분되는 초기가문소설이라고 보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3)

2. 초기 가문소설의 유형적 특징4)

가문소설은 초기 작품부터 여러 가문에 복합구조로 얽혀 있는 남녀 관계들의 다면적 양상을 보여주고자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여러 유형으로 병치, 대조의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타 유형에 비해 여러 가문을 둘러싼 여성들의 삶에 대해 매우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소설 중에서도 여성들의 다채로운 삶이 여러 무늬와 빛깔로 직조되어 가장 풍성하게 드러나는 유형이 바로 가문소설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가문소설에서 가문의식이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여성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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